'자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1.11 "피로사회" 메모 (1)
  2. 2012.11.13 오에 히카리의 마음
  3. 2012.04.02 '네모난 못' 중에서 메모

"피로사회" 메모

공부 2013.11.11 09:13 |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3-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독일 최고 권위지의 격찬을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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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신경성 폭력


긍정성의 폭력이 깃드는 곳은 부정이 없는 동질적인 것의 공간, 적과 동지,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의 양극화가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다.



___규율사회의 피안에서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 아무 대책도 없이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는 새로운 인간형은 그 어떤 주권도 지니지 못한다.



___활동적 삶 vita activa


호모 사케르는 본래 어떤 범죄로 인해 사회에서 추방당한 자를 뜻한다. 사람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마든지 그를 죽일 수 있다. 호모 사케르는 아감벤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죽일 수 있는 생명이다. 강제수용소의 유대인, 관타나모 수용소의 포로들... 산소 호흡기에 묶인채 간신히 연명만 하는 중환자실의 환자들이 아감벤이 말하는 호모 사케르다.

후기 근대의 성과사회가 우리 모두를 벌거벗은 생명으로 환원시켜 버린다면, 사회의 변방이나 예외 상태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배제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호모 사케르인 셈이다.


성과 사회의 호모 사케르는 절대로 죽일 수 없다는 점에서 주권 사회의 호모 사케르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을 지닌다. 이들의 생명은 완전히 죽지 않는 자들 Untote 의 생명과 비슷하다.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 있는 것이다. 



<건강> 


(다른 챕터의 글)

건강에 대한 열광은 삶이 돈쪼가리처럼 벌거벗겨지고 어떤 서사적 내용도 어떤 가치도 갖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사회가 원자화되고 사회성이 마모되어감에  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존해야 할 것은 오직 자아의 몸 밖에 없다. 이상적 가치의 상실 이후에 남은 것은 자아의 전시 가치와 더불어 건강 가치이다. 

(자아 전시 : 아래 소셜 네트워크 부분 참고)


(역자 후기)

한병철의 말대로 '건강'과 '벌거벗은 생명'이 성과사회의 최후의 가치가 된다면, 미국산 소고기 문제가 최근의 어떤 이슈보다도 압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시위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러한 성과사회의 징후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긍정성, 활동성의 노예로서의 성과 주체. 불안한 나르시시스트>


___보는 법의 교육


아렌트는 활동성의 변증법을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성이 첨예화되어 활동 과잉으로 치달으면 이는 도리어 아무 저항 없이 모든 자극과 충동에 순종하는 과잉 수동성으로 전도되고 만다는 것이 바로 활동성의 변증법이다. 그것은 자유 대신 새로운 구속을 낳는다. 더 활동적일수록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래부터 각각 다른 챕터의 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니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거친 노동을 좋아하고 빠른 자, 새로운 자, 낯선 자에게 마음이 가는 모든 이들아. 너희는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너희의 부지런함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려는 의지이며 도피다. 너희가 삶을 더 믿는다면 순간에 몸을 던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내실이 부족해서 기다리지도 못한다 - 심지어 게으름을 부리지도 못하는구나!"


후기 근대의 자아는 완전히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죽음의 기술로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고 지속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종교도 이제 그 시효가 다 되었다.


"나르시시스트는 경험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는 체험하고자 한다. 마주치는 모든 것 속에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려 하는 것이다..." 

...세네트가 오늘날 개인이 겪고 있는 여러 심리 장애를 나르시시즘과 연관시키는 것은 정당하다. 


소셜 네트워크 속의 '친구들'은 마치 상품처럼 전시된 자아에게 주의를 선사함으로써 자아 감정을 높여주는 소비자의 구실을 할 따름이다.


우울증 환자는 무형적이다. 그는 성격없는 인간이다. 더욱 일반화하여 말한다면 후기 근대의 자아는 성격이 없다.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되어 간다. 사람들은 불가피한 일에 대해서도 짜증을 내곤 한다. 짜증과 분노의 관계는 공포와 불안의 관계와 유사하다. 공포가 특정한 대상에 관한 것이라면 불안은 존재 자체의 문제이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긍정화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도 사회도 자폐적 성과기계로 변신한다... 헤겔에 따르면 부정성이야말로 인간 존재를 생동하는 상태로 지탱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 사이의 경쟁 자체가 아니고 경쟁의 자기 관계적 성격이다. 그로 인해 경쟁은 절대적 경쟁으로첨예화된다. 즉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면서 끝없이 자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추월해야 한다는 파괴적 강박 속에 빠지는 것이다.


성과 주체는 외적인 지배기구에서 자유로우며 그것에 의해 노동을 강요당하지도, 착취의 희생자가 되지도 않는다. 

(...극단적 일반화의 오류라고 봄)



(역자 후기) 성과 사회의 압력은 끝없는 성공을 향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통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 







<기타>


오늘날 우리는 중단, 막간, 막간의 시간이 아주 적은 시대를 살고 있다.

(...휴식이 없는 시대)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은 자아 감정의 고양을 위해 의식적으로 '회피'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 자체가 결코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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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상가 2013.11.11 10: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리는 호모 사케르가 되어버리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호모 사케르가 되길 선택 할 수 있는 건가요. 왠지 이왕이면 호모 사케르이길 선택하고 싶은데 말이죠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 히카리는 발달장애인이다. 자폐인이다. 그리고 서번트. 아버지 겐자부로는 소설을 통해 아들 히카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히카리는 말 대신 노래로 자신을 표현한다. 


대화를 나누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 누구든 말하고 있다.




지식채널e 


빛 제1부 - 오선지가 몇 장이나 남았지요?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 히카리는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빛'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히카리. 그에게 음악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빛 2부 - 그럼요, 당연하죠!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들을 대신해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되고 싶었던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오에 히카리의 노래들










히카리에 대한 설명

위키백과(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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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못

저자
폴 콜린스 지음
출판사
양철북 | 2006-06-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사적 인물을 통해 자폐증의 세계를 보여주는 네모난 못.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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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저자의 아들 모건은 자폐인이다.)


    자폐인을 위한 변명


다른 사람들이, 아니 자폐인 스스로도 자폐인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외계인으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나 모순인 것은, 사실은 정확히 그 반대라는 점이다. 자폐인은 곧 우리이고, 자폐인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라. 장애란 일반적으로 무엇이 부족한 상태로 정의된다... 자폐증은 능력이자 동시에 장애다. 무엇이 부족할 뿐 아니라 무엇이 풍부하기도 한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고유한 특성이 지나치게 많이 발현된 경우다. 동물 중에도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 있지만, 추상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다. 자폐인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데, 우리는 그 존재를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 209~210쪽

    너무 외로워어어

나는 모건을 꼭 끌어안는다. 
"쉬 쉬 쉬. 아빠가 여기 있잖아."
"너무 외로워어어어."모건이 큰 소리로 노래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를 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식은땀을 흘린다. 모건이 처음으로, 어디에서 들은 말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뱉은 첫마디가 이거다.
  - 220쪽

   늑대소년 피터의 즐거움

제임스 펜 농장에서 피터는 행복하게 지냈다. 피터가 노래를 부르거나 콧노래를 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눈에 자주 띄었다. 자연이 가까이 있었다. 따뜻한 태양, 서늘한 밤공기, 계절의 변화가 야생 소년에게 절절한 기쁨을 줬다. 어떤 사람이 한 말에 따르면 "피터는 봄이 오자 정말 신이 난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고 맑은 날에는 밤 시간에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달과 별을 보고 좋아한다. 어떨 때는 햇살 아래에 서서 눈이 부신 듯 불편해 하면서도 해를 마주 보고, 별이 빛나는 밤에는 춥지만 않으면 집 밖에 나가 있으려 한다." 대신 날씨가 좋지 않으면 괴로워했다. 비가 내리기 한참 전부터 피터는 불안해하며 울부짖었다.
  - 51~52쪽

    장애인 부모의 보편적인 마음


이제는 사람들 시선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 사람들이 우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괜찮다. 우린 서로를 이해하니까. 그리고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고는 다르다. 이건 비극도 아니고, 슬픈 이야기도 아니고, 주말의 영화도 아니다. 그냥 우리 식구다.
  - 299쪽

모건은 내가 본 아이 가운데 가장 행복한 아이다. 그렇지만 하루도 걱정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가슴에 무엇이 찔린 것처럼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우리가 죽은 뒤에, 모건이 나이가 들었을 때, 그때는 정말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사는 자폐인은 외로움, 절망, 처절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부모가 곁에서 도와줄 수 없게 될 때는 어떻게 될까. 다른 누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을까?

"그래. 아무튼 모건이 형제 없이 혼자 자라게 하고 싶진 않아."
  - 227쪽

나는 모건이 세상에 적응하기를, 모건이 다르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랐다.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일반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응하기만 한다면 살아가기가 훨씬 쉬울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만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알 수 없다. 자폐인은 스스로를 만들어 간다. 우리가 어떤 존재로 만들려고 아무리 애를 써 봤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아이들을 성공이나 실패와 같은 일반적 범주로 가를 수나 있는가?
  자폐인은 근본적으로 네모난 못이나 다름없다. 네모난 못을 둥근 구멍에 넣으려 할 때, 문제는 망치질이 힘들다는 것만이 아니다. 못이 망가지는 것이다. 정상 학교가 나를 비정상적으로 불행하게 만든다면? 정상 사회에서 자라면서 불행한 어른이 된다면? 그것이 성공일까? 그게 정상일까? 그 안에서 빠져 죽을 것 같더라도 주류 안에 들어가고 싶은가?
  - 293~294쪽

우리는 십중팔구 모건을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자폐인은 생산과 독립에 대해 알게 된 뒤에도, 부모가 주입해 주어야 할 여러 복잡한 기능을 이해한 뒤에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절반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폐인은 이용당하기도 쉽고, 스스로를 방치해 버리기도 하고, 아니면 사라져 버린다 할지라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 상태로 세상에 내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 세대가 계속 한 집에서 같이 사거나 아니면 이웃에 나란히 산다. 
  - 255쪽


    자폐인의 정신 세계

모건은 손을 흔들 때 손등을 밖으로 하고 손바닥을 자기 쪽으로 한다. 그렇게 해야 손을 흔들면서 자기 손바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자기와 똑같은 것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말이 된다.
  - 296쪽

모건은 삶도 아직 그다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철학자 이폴리트 텐은 1876년에 아장아장 걷는 아기 한명을 관찰하고 이렇게 놀라움을 표현했다. "아이가 제일 먼저 묻는 거시은 항상 이런 것이다. '뭐라고 말해? 토끼는 뭐라고 말해? 새는 뭐라고 말해? 말은 뭐라고 말해? 저 나무는 뭐라고 말해/' 동물이건 나무건 아이는 사람처럼 취급하여 그것이 무슨 생각을 하고 뭐라고 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느끼니 당연히 아무것도 죽은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 251쪽

대부분 자폐아는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가 아는 걸 샐리는 모른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또 자폐아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손가락이 가리키는 데를 따라가지도 않는다. 그 사람이 자기와 다른 걸 생각하거나 보고 있을 리가 없는데, 시선이나 손가락이 향하는 데를 뭐 하러 굳이 보겠는가.

자폐인은 다른 범주 안에서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니, 틀릴 수조차 없는 것이다. 우리는 너와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아는 나로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 자폐아의 언어를 전부 옮겨 써 보면, 아이의 어휘에서 어떤 부류의 동사는 완전히 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정신적 상태를 묘사하는 단어인 믿다, 생각하다, 알다... 같은 단어는 없다. 이런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와는 다른 의도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때 또 개념 한 가지가 사라진다. 속임수. 이 아이드리은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속임수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 112~113쪽

자폐인은 과거에 야생 인간이나 동물에 가까운 사람으로 치부되었는데, 사실 자폐인은 실제로 동물으 감정과 유대를 느낄 수 있다. 집중력이 아주 강하고 민감하고 대화를 좋아하지 않아 사람보다는 동물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자폐인은 자기 감정에 압도될 때가 많다. 자폐아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오는 압도적인 감각의 물결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조금도 이상스런 행동이 아니라고 그랜딘(자서전을 쓴 자폐인)은 설명한다.말이 겁을 먹었을 때 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232쪽


    자폐인의 모습

"여기 회사에는 프로그래머들이 바깥 나들이를 하게 하는 일만 전담하는 직원이 있어요. 프로그래머드리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살아요. 그 밖에는 다른 삶이 없지요. 회사에 일하러 가고, 회사 마당 한쪽에 있는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회사로 가지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해요. 그 밖에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요. 그래서 그 일만 맡아서 하는 직원이 있는 거예요. ㅣ프로그래머들과 수학 이론가들이 외출할 수 있도록 장소를 예약하는 일이지요...
하루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만을 위해서 교향악단 연주회를 통째로 예약했어요. 프로그래머들만을 대상으로 연주하는 거지요. 그런데 청중들이 휴대전화를 비롯한 온갖 기계를 가지고 가서 연주하는 중에도 계속 켜 놓고 사용한 거예요... 그래서 다시는 연주회에 가기 어렵게 됐죠...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그걸 몰랐어요. 정말로요. 연주회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진짜 몰랐던 거라구요...
마치... 마치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요. 그러지 않으면 정말 모르거든요."
  - 141쪽

나는 손으로 모건의 턱을 부드럽게 쥐고 얼굴을 돌리려 한다. 모건은 이제 나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지만 눈길은 여전히 나를 피한다. 물론 모건은 날 볼 수 있다. 늘 하는 일이다. 모건은 갑자기 나한테 고개를 돌려 두 눈을 맞추고, 내 손가락을 쥐고 자기가 모르는 단어를 가리키기도 한다. 때로는 안아달라는 뜻으로 나를 보기도 하고, 꼭 껴안고 노래 불러 달라고 그러기도 한다. 어떨 때는 단지 날 보고 웃기 위해서 자기가 하던 일을 멈추기도 한다. '아빠, 나 여기있어.'
  - 248쪽

거의 대부분 남자아이다. 아주 세부적인 것에 집요하게 몰두하고, 전차 노선도와 달력을 외우고, 실 조각이나 성냥갑 같은 물건을 강박적으로 수집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지 않지만 끝없이 장난감을 바닥에 한 줄로 늘어놓는 아이. 또래 아이들보다 글은 훨신 잘 읽지만 말은 하지 않는 아이도 있고, 수 계산은 놀랍게 잘하지만 옷을 갈아입거나 씻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추상 세계에 빠져서 "얼빠진 교   수처럼 실제 삶의 문제에는 무기력하다."고 아스퍼거는 고찰했다.

  그중 한 아이는 "마치 막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행동했다고 아스퍼거 박사는 기록했다.
  - 83쪽

생후 2년 동안에 인간의 뇌 안에서는 신경이 엄청난 속도로 서로 연결된다. 이런 신경 통로 가운데 상당수는 필요 없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유아의 뇌 안으로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가 들어오고 뇌가 급격한 속도로 물리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놀랍게도 두 살에서 세 살 사이에 뇌 안의 뉴런 수는 감소한다. 유용한 신경 통로가 자리 잡으면 반복되거나 비논리적인 것은 제거하는 '신경 가지치기'가 진행된다. 물론 서로 다른 감각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 통로도 사라진다. 가지치기 이전에는 모든 사람이 다 공감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공감각이나, 절대음감, 투렛증후군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신경 가지치기가 일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감각이란 부엌 불을 켜면 동시에 믹서가 작동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폐증으로 말하면 전등 스위치를 켜면 전구가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폐인이 손을 퍼덕거리며 마구 휘젓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기 감각에 의해 쇼크를 받고 있는 것이다.
  - 178~179쪽

자폐인은 전부 극도로 내향적이고, 개들은 극도로 외향적이다. 개는 무리짓기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사귀려 든다. 끝없이 주변 세계를 의식한다. 개는 책을 읽지도, 아무도 안 볼 때 피아노를 분해하지도, 컴퓨터에 새 프로그램을 깔지도 않는다. 하지만 개는 누가 자기 주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는지 아니면 위협적으로 대하는지 아주 잘 알아차린다. 자폐인이 잘하지 못하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자폐인과 개는 서로 딱 맞는 짝이다.
  - 246쪽

    

    자폐인 부모의 인구학적 구성

자폐증의 기원에 대한 의문은 자폐증 연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제기되었다... 자폐인의 가족 안에서 자폐증의 희미한 전조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족 구성원의 정신과 재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한가지 일에 몰두하고, 집중력이 남다르고, 논리적 체계에 마음을 뺏기는 사람은 대개 사회적으로 어설프지 않은가?
  "이런 인지적 특징을 가진 인물의 전형적인 직업은 엔지니어링이다." 하고 배런 코헨은 말했다.
  배런 코헨은 영국에서 자폐아를 둔 부모 천 쌍을 조사했는데, 아버지가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전국 평균보다 두 배나 웃돌았다. 과학자나 회계사처럼 집중력과 추상화 능려기을 요구하며 주로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빈도도 자폐아 가정에서 훨씬 높았고, 예술가는 평균보다 네 배 가까이 많았다. 배런 코헨과 다른 연구자들은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집단으로 범위를 좁혀 다시 조사했는데, 즉 이곳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과학 전공자 식구 중에 자폐인이 있을 확률이 문학 전공자 식구에 비해 여섯 배나 높았다.
  - 118쪽
  

    자폐증(autism)이란 단어의 탄생


카너는 이런 증상을 지칭하기 위해 자폐증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카너가 쓴 논문은 자폐증 연구라는 새 장을 열었다. 그러나 카너는 몰랐지만 빈에 있는 카너의 옛 학교에서 한스 아스퍼거도 똑같은 이상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다. 전쟁 중이라 전혀 교류가 없던 두 나라에서 두 사람이 각각 동시에 같은 발견을 했다는 것은 역사 속의 기이한 우연 가운데 하나다. 더욱 신기한 것은 두 사람이 똑같은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 86쪽


    기술 발달 사회의 단면

우리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그걸 하는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가 '뭘' 하는지는 안다. 기차역에서 전광판에 들어온 신호를 읽고, 거대한 디젤엔진이 끄는 기차를 타고, 좌석에 앉아 위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컴퓨터로 관리하는 기차역의 신호나, 기차 엔진이나, 무선전화나, 위성 또는 내가 앉아 있는 좌석 덮개에 무늬를 짜 넣은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걸 이해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기이하게 복잡하고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과정을 통해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이동한다. 우리 세대는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모든 물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혀 모르고 사는 최초의 세대일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세상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좌초한 불운한 일반인이고, 그냥 이렇게 얼렁뚱땅 헤쳐 나간다. 그게 최선이므로,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 123~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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