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사회

저자
엄기호 지음
출판사
창비 | 2014-03-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나는 접속한다, 고로 차단된다2014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목...
가격비교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이유 1

 - 초조한 나르시시스트끼리 

   서로 징징대기만 하니까.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에 질려버린 큰 이유는 서로 징징거리는 소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자기만의 고통으로만 말할 줄 알지 남들도 들어줄 만한 '공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언어'로 전환해내진 못한다. 또한 이를 뒤집으면 우리는 남들의 이야기를 공적인 이야기로 들을 줄 모른다는 뜻도 된다. 말하는 입이나 듣는 귀나 모두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으로 번역해내는 능력이 없는 셈이다. 

  - 프롤로그, 26쪽


초조함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삶의 목표와 방향에 댛나 총체적 점검에서 초조함을 대체한 것이 '관리'다. 내 삶 그 자체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 대신 이미 설정된 목표와 방향 내에서 제대로 과업이 수행되는지 아닌지를 감시·관리하는 일만이 남게 된다. 이 자기 감시와 관리의 기술이 발달하고 이에 충실할수록 정해진 트랙 바깥으로 내려오거나 트랙의 바깥을 상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통치의 전략이다. 

  두번째로 통치는 개인이 이 초조함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 상태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초조함의 원인으로 자신의 부족을 탓하게끔 조장한다. 사람들은 만성적인 초조함의 상태에 있으면서도 왜 자신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초조해하는지를 돌아보지 못한다...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이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이는 사적인 것을 넘어 공공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인 것으로 보편화하지 못하고 자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 이 또한 통치 전략 중 하나다. 

  - 237~238쪽, 제3부 / 제1장 성장은 가능한가


타자와의 만남을 차단하고 그 만남을 구경으로 전환하며 자신의 세계에 만족하고 안도할 때 만남은 나르시시즘으로 포획된다. 타자는 나에게 내 세계의 협소함을 깨닫게 해줄 뿐 아니라 내 세계의 안온함을 일깨워 주는 존재다... 나르시시즘이라는 삶의 태도에서 타자에 대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최대치는 '동감-연민'(sympathy)에 불과하다.

  이런 감정 이입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다. 내가 일시적으로 그 사람과 하나가 되긴 하지만 그 바닥에는 나와 그 사람의 처지는 다르고 '공통된 것'(the common)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개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보며 느끼는 연민은 나는 그렇지 않다는 안도감과 쌍을 이룬다. 연민의 결과가 나르시시즘으로 귀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근대 서구가 주목해 왔던 주체의 성장 과정이 왜 기본적으로 타자를 도구화하는 나르시시즘인지...

  낯선 것과 대면하여 그 매혹에만 휩쓸려 버릴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전혀 내리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 도취하면 결국 자아의 상실로 치닫게 되지만 우리는 한사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 냈으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르시시즘의 갖아 큰 무기는 바로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다. 

  - 249~252쪽, 제3부 / 제2장 무엇이 우리의 우정을 가로막는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이유 2

 - 각자도생의 시대, 외로움에 파묻힌 사람들


이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외로워졌다. 그리고 외로움이 곧 인간의 실존이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얭에 따르면 외로움은 남에게 거절당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이 옆에 있거나 없거나 따로 떨어져 나 혼자인 것 같은 감정이며, 내가 세상으로부터 전혀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 외로움의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자아와 세계를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에 대한 실감과 체험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증할 방법이 없다. 이 상태가 되면 인간에게는 세계도, 타자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 

  - 제2장 단속사회의 출현: 타자와 차단하고 표정까지 감춘다, 82쪽


근대사회는 오디세우스 같은 개인이라는 독특한 인간의 존재 양식을 두루 퍼뜨렸다. 개인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말한다. '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을 지금까지 존재하던 전통이나 습관에 그저 맞추고 따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근대적 개인에게 성찰성은 필수적이다. 성찰성이란 "새로운 정보나 지식에 비추어 이루어지는 항상적인 수정"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아정체성은 바로 '성찰하는 자아'로서 규정된다. 여기서 개인의 삶의 연속성은 집단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며 자아 실현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인간이 사회적 사슬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는 서사적 주체가 되었을까. 오히려 우리는 사회가 붕괴함과 동시에 개인도 붕괴하는 역설을 맞이했다. 살아가며 자신이 참조할 만한 준거 자체가 소멸해 버렸고 공중에 무중력 상태로 흩뿌려졌다... 근대 자본주의 초기에 농노가 땅으로부터 '해방'된 것이 오히려 '굶어죽을 자유'를 의미했던 것처럼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해방된 개인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될 자유밖에 없다. 사회가 붕괴함과 동시에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썸바디(somebody)가 아니라 노바디(nobody)로 전락한 것이다.

  - 283~284쪽, 에필로그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이유 3

"너 죽고 나 살자" 

...남의 고통에 대한 외면·망각·무감각은 능력

   - 유흥주점형 경제모델


바우만은 이것을 '의자뺏기 게임'이라고 부른다. 자리는 언제나 늘 모자라고 게임이 반복될 때마다 누군가는 탈락하고 추방되어야 한다. 마지막 한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계속된다. 따라서 모두가 탈락의 공포에 시달린다. 최후의 승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세계는 "이익은 위로, 위험은 아래로 쏠리는" 형태로 변모했다. 류동민은 이것을 유흥주점형 경제모델이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내가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이며, 이는 유흥주점형 경제모델에서 살아남는 핵심요건이 된다... 그렇기에 이 유흥주점형 모델에서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단 하나의 덕목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능력이다.

  - 209~211쪽, 제2부 / 제3장 노동: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라



나와 남의 고민이 맞닿는 것

 - 공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공론장'


말로 해결하는 사회, 이것이 근대국가의 특징이며, 이 말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토대를 흔히 공론장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 공론장에서 나와는 별개인 사회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우만에 따르면 공적 공간이란 "개인의 고민과 공공의 현안들에 대해 만나서 의논하는 장소"다. 즉 이곳에서는 사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공적인 이슈들만 다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사적인 문제들이 공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언어로 새롭게 해석되고 사적인 곤란들에 대해서 공공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조정하며 합의"하는 공간이다. 사적인 일상과 공적인 토론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일상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공적인 언어로 바꾸어내는 것이 바로 공론의 과정이다. 따라서 '말로 하자'라는 근대의 이상은 근대사회가 공론장의 존재 유무에 존폐를 건 사회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 170~171쪽, 제2부 / 제2장 소통: 위로를 구매하라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야기의 힘은 경험의 전승에서 나온다. 경험의 전승을 통해 개개인의 경험은 갱신되고 확장되며 연속성을 부여받으며 이로써 공동체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된다. 경험에 갱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경험이 이후의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이 되어야 한다. 이야기가 전승되면서 그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공동소유가 되는 것, 즉 듀이가 말한 "의사소통은 경험이 공동소유가 될 때까지 경험에 참여하는 과정"이 가리키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 187쪽, 제2부 / 제2장 소통: 위로를 구매하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려면?


인간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왜?'라는 질문은 인간이 남이 시키는 대로 그저 따르지 않고 제 주관을 갖고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럴 때 비로소 인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로서의 개별적 자아가 될 수 있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독특한 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며 호락호락하게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 제2부 쓸모없어진 곁, 몽상이 된 사회 / 제1장 관계: 질문하면 '죽는다' 130~131쪽


근대의 이상적 인간형은 내성적인 사람?

  - 리더 아닌 팔로워로서 내성적인 사람의 힘. (책 "콰이어트"의 맥락, introvert)


우리가 살아가는 2010년대의 눈으로 보면 이처럼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근대사회의 세계관은 수동적이며 정적인 존재가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면 속으로 들어간 자는 세상에 참여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동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침묵과 수동성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정적이며 수동적인 존재야말로 의미를 불러일으킨다. 존 듀이(John Dewey)에 따르면 능동성과 수동성이 합해질 때 비로소 경험은 경험으로서 가치를 얻게 되고 의미가 발생한다. 즉 '함'만 통한다고 해서 인간에게 의미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함', 즉 수동성이야말로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원천이다. 듀이는 이것을 불에 손을 집어넣는 행위로 설명한다... 이 당함을 통해 사람은 다시는 불에 손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고 이 교훈이 다음 행위를 해석하고 통제하는 바탕이 된다. 어느 행위가 다음 행위의 바탕이 되는 경험으로 바뀌는 것은 이처럼 함이 아니라 당함으로부터 비롯된다. 

  - 136~137쪽


근대의 독보적 권력은 '시각', 

그러므로 근대 권력은 '전시'를 통해 작동한다


우리 일상은 이러한 '하는 척의 함'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바쁘지 않지만 바쁜 척해야 하고 내가 없으면 회사가 곧 망할 것처럼 굴어야 한다. 미국의 언론인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는 청소용역회사의 청소부로 위장 취업했을 때 이것을 깨달았다. 청소를 하더라도 구석구석 지나치게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니 회사에는 도리어 손해다 .묵은 때인 경우에는 청소를 열심히 하면 오히려 더러움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부에게 중요한 임무는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개끗한 척하는 것이 깨끗한 것보다더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은 전시가 사실 근대사회에 내재된 권력의 작동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전시 역시 진정성을 출현시킨 내면과 외부의 분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근대인은 내면으로 물러나 외부와 긴장을 유지한 채 그 외부를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바라본다는 것은 거리를 둔다는 것이며, 이 거리를 창조함으로써 세계를 전시의 대상으로 구현하게 된다. 근대사회의 독보적 권력은 시각 그 자체다. 근대는 애초부터 보는 권력의 시대였고 세계를 전시하는 장이었다.

  - 144~146쪽


비국민의 정치

 - 신자유주의는 정치 대신 치안으로 

   법질서를 유지한다


자끄 랑시에르는 정치 바깥에서 배제된 자들이 정치 안의 몫을 주장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라고 말한다. 

  - 제1부 악몽이 된 곁, 말 걸지 않는 사회 - 제1장 정치공동체의 파괴:폭로하고 매장한다, 41쪽


신자유주의는 법질서 바깥의 것에 대해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사법적 규율과 통제로서 통치하려는 시도다. 이에 따라 법질서 바깥의 것이 정치적 과정을 통해 법질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랑시에르의 개념에 따르면 이는 법질서에 의해 셈되지 않던 사람들이 셈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본래적 의미의 정치의 원천적 봉쇄다. 또한 이미 법질서 내부에 포함된 세력들 간 분쟁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타협에 의해 해결을 시도하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에 의한 일방적 해결을 선호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의 불화를 조정하는 차원의 정치 또한 설 여지를 좁힌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법치 아래서 허용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단지 치안일 뿐이다.

  - 229~230쪽, 제2부 / 제4장 국가 폭력 : 껍데기까지 발가벗겨라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 것의 의미


사생활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질 자유'를 뜻한다면, 기숙사에서 윤숙이 박탈당한 것이 바로 이 자유였다. 윤숙은 말한다. "기숙사에 살면서 이 자유를 대신한 것은 '죄책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모든 이가 들어가 살기를 선망하는 아파트야말로 사생활이 죽은 공간이다.

...아파트에서는 이처럼 타인의 사생활은 알 수 있지만 정작 '관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 제4장 사생활의 종언: 고독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118~119쪽


Posted by Daes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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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저자
김중혁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1-10-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악기들의 도서관,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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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산 책.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과 삽화가 함께 담긴 책이다. 표지 그림도 저자가 그린 거다. 뒤표지에는 소설가 김연수가 "이 책에 건질 게 있으려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추천사니 이렇게 쓸 수밖에. 건지겠지, 뭐라도 건지겠지. 마음이 착잡하다"라고 썼다. 삽화의 재기발랄한 발상이 좋고 글이 가벼워서 좋다. 똥폼 잡지 않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쓴 것 같은 글 모음이다. 사실 글보다 삽화가 더 좋았다. 


(그런데 일러스트와 삽화의 차이가 뭐지? 씨푸드와 해산물의 차이인가?)





  얼마 전 <놀러와>에 출연한 그룹 백두산과 부활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나의 전설들은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모텔을 운영하며 카운터에 앉아서 기타를 연습하는 베이시스트와 각종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음악 활동을 하는 드러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하긴, 요즘 누가 헤비메탈 음악을 듣나. 불러주는 데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을 포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한 다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기로 선택하고, 결국 돈을 많이 벌게 된 사람이 어떤 걸 포기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기분 좋게 포기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인생이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돈과 성공과 권력을 포기하고 (글쎄, 포기하지 않았어도 거머쥐긴 힘들었겠지만) 시간을 선택했다. 바쁘게 사는 대신 한가한 삶을 선택했다. 즐겁게 포기할 수 잇었다. 남는 시간에 기타도 칠 수 있으니 부러울 게 없다. 

    - 102~104쪽 "돈과 성공을 포기하고?"



  <무모한 도전>의 도전처럼 승부 근성을 발휘해보고 싶다. 아예 승리의 목표를 무모하게 잡는 것이다.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높게 잡는 것이다.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하면 할 수 없는 거다. 그러면 승부 근성을 발휘하면서도 세상 살기가 참 편할 것 같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김연아 선수도 앞으로 고민이 많을 텐데 나의 승부 근성을 본받아 228.56점에 만족하지 말고 만점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 119쪽 "평행봉이 아니라 시소"



사람들 머리 위에 그들의 온도계가 달려 있다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모두 알 수 있을 텐데…

    - 129쪽 일러스트 문구



사적인 공간에서의 의견을 광장으로 끌어오는 것은 반칙이다. 광장으로 끌고 와서 그걸 공론화하고 '우리'에게 어떤 여론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폭력이다. 우리는 우리의 폭력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그를 밀어냈다. 재범이 꼭 '우리'여야 했을까. 그가 '우리'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욕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우리'로부터 재범을 밀어내버렸다. 나는 우리가 무섭다. 

    - 280쪽 "우리가 무섭다"



Posted by Daes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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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인>
사랑이 없는 욕망 88
  지섭은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계" ( 욕망만 ) 188 중상
...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다. 우리는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다. 배운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싼 임금으로 기계를 돌릴 방법만 생각했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배를 탄 사람으로 행동했다. 그들은 우리의 열 배 이상의 돈을 받았다. 저녁 때 그들은 공업지대에서 먼 깨끗한 주택가,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따뜻한 집에서 살았다...
223
...나는 회사의 높은 사람들이 우리 모두가 한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주기를 바랐다. 그들은 안 그랬다. 그들은 그들만의 다른 배를 탔다고 고집했고, 일방적으로 원하기만 했다.

현실과 대비되는, 난장이와 아들이 꿈꾼 유토피아 - 사랑 : 법 강제 (난장이) / 교육으로 도모 (영수) 182
...아버지는 사랑에 기대를 걸었었다...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 버리고, 바람도 막아 버리고, 전깃줄도 잘라 버리고, 수도선도 끊어 버린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 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 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제정이라는 공식을 빼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기반을 주었다. 나도 아버지처럼 사랑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우리 네 식구가 살기 위해 온 은강시는 머릿속 이상 사회와 너무나 달랐다. 우리는 참고 살았다...

내외부의 구분 '클라인 씨의 병' (무진기행 맥락) 221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있으면 이런 현상은 없지."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림 3의 실체가 내 눈앞에 있는데 그 실체를 무시하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그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림 3을 들고 "그럼 이것은 뭡니까?" 내가 물었는데 그는 간단히 "그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 / 3차원 230
...우리의 제도는 이제 안에서부터 파괴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칼을 품었던 사람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그들의 식구들은 2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현실이 한 차원을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었다. 2차원이라면 일정한 한도와 경계가 있다.

부자의 빈자 사이의 심리적 괴리 - 모짜르트 95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하나의 생산자" 인간 전체로 생각 251
...난장이의 큰아들은 결국 자기가 가졌던 이상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고, 그가 지금 피고석에 서 있는 것도 그가 가졌던 이상이 깨어지며 나타난 반대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지섭이 말했다. 나는 이때부터 심증을 굳혔다. 지섭은 계속해 난장이의 큰아들이 상대한 것은 어떤 계층 집단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자기와 난장이의 큰아들은 처음부터 평범한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일깨워 분명히 해둔 게 있는데 그것은 노동자와 사용자는 다 같은 하나의 생산자이지 이해를 달리하는 두 등급의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사랑이 기본이 되는 같은 이상을 가졌다... 

인간생각  X 245
"그분은, 인간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근대인의 집단 격리 제도> 부자의 빈자 차별 248
...우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파괴해 버렸고, 법 앞에 평등한 사람들을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하는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간적인 생활을 할 권리를 빼아았다.


......

<부자와 빈자>
(난장이와 큰아들 영수에 대한 편견어린 상상) 239
246-7
* 부자가 빈자를 보는 선입견과, 모든 이가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리라는 환상이 드러난다.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으며 부자의 착취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가시고기 257)
*소유계급의 노동자에 대한 시각이 드러난다. (약물투여) 254, 5
  "그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일만 하게 하는 약을 만드는 거예요..."

*근대, 정상인과 광인의 구분과 같은 맥락.
  "정말 끔찍한 건 이 세계라구요. 몇몇 나라들이 그들의 사회제도로부터 이탈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미 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했어요."
  "병이 난 사람들이겠지."
  "질병하곤 상관이 없는 일예요."



Posted by Daes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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